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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관련 해외 송금 급증으로 은행가 비상

‘김치 프리미엄’ 이용 비트코인 구매대금·차익 송금 의심

작성일 : 2021-04-14 11:10 수정일 : 2021-04-19 13:44 작성자 : 우세윤 (kmaa777@naver.com)

[ⓒ사진 아이클릭아트]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 거래와 함께 해외 송금이 급증해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주 말 이후 일제히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일선 지점 창구로 내려보냈다.


해당 지침은 모두 내‧외국인이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보다 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거나, 해외에서 확보한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액을 남기고 해외로 빼내는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은행권은 가상화폐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일단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에 나섰다.

대체로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 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게 지침 내용이다.

실제로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 거래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A 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 9일까지 불과 7영업일 만에 해외로 약 1,364만 달러가 송금됐다.

이는 지난달 전체 해외송금액 918만 달러를 뛰어넘은 금액으로, 특히 지난 7일에는 하루에만 161건, 375만 달러의 해외송금이 이뤄졌다. 이중 대(對)중국 송금이 전체 해외송금의 약 70~80%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얼마가 가상화폐 관련 송금인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현행 회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까지는 송금 사유 등에 대한 증빙서류가 없어도 해외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빙서류 등을 요구할 수 없어 비트코인 관련 해외 송금을 정확히 걸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최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시기와 맞물려 해외 송금이 증가해 상당 부분이 비트코인 관련 거래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감독 당국이 가상(암호)화폐 매매 목적의 외국환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에 들어갔지만, 가상화폐 관련 외국환거래만을 특정한 세부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처럼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차명 송금과 분산 송금 의심 사례를 일단 막고 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도 “교묘히 외국환거래법을 충족하고 분산 송금하면 현실적으로 모든 차익 거래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비트코인 관련 해외송금 거부 지시 [시중은행 지시문 캡쳐.재배포 및 DB 금지]


반면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은 수수료뿐만 아니라 해외에 돈을 보낼 때 적용되는 법 규제 등을 고려하면 범법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 만큼 비트코인 환치기가 매력이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인출할 때, 국내 거래소에서 팔 때 내야 하는 수수료는 물론 금액이 아닌 거래 횟수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규제가 적용돼 오히려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50∼60%에 달하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가격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큰 차익을 내긴 어렵다”며 “최근의 가격 차가 최대 20%라고 한다 해도 이런저런 수수료를 다 떼고 나면 차익은 10% 정도일 텐데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라는 외국환거래법 규제로 한 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주원의 정재욱 변호사는 “외국환거래법 규제의 기준이 거래 횟수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예를 들어 4,000달러로 끊어서 여러 차례 송금한 뒤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여온다고 한다고 해도 이걸 하나의 거래로 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신고한 자본거래 과태료 부과 기준(10억 원 미만)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익 거래가 활성화하면 가격 조정이 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른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그쪽 가격이 오를 테고 그러면 한국과의 가격 차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폭락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격이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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