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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배상 대법 판결, 손배소 1심 각하

13년 걸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2년 8개월 만에 뒤집어

작성일 : 2021-06-08 19:40 작성자 : 우세윤 (kmaa777@naver.com)

지난달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을 낸 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을 확정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2년 8개월 만에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2018년 10월 30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신천수, 여운택, 이춘식 등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에 대해 당시 전원합의체는 판결에서 “원고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며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 피해자들은 2005년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소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그 뒤 2018년 10월이 돼서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일본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피해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하급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경우 유죄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판사들이 잇달아 무죄 선고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위헌법률 심판에서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강제징용 배상 사건은 이미 13년간 1·2·3심과 파기환송심, 재상고심 등 5차례의 재판을 거치면서 세운 판례를 2년 8개월 만에 기존 판결을 정반대로 뒤집은 만큼 논란이다. 재판부는 논란을 예상한 듯 선고기일을 당초 10일에서 이날로 급히 앞당겨 선고했다.

그러면서 “선고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며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선고 기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예정대로 선고가 진행되면 당사자와 취재진으로 인해 법정의 평온이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이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치·사회적 영향을 이번 판결의 근거로 들어 비법률적 판결을 내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 판결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 피고들의 손해가 현실화하면 다양한 경로로 일본의 중재절차 또는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공세와 압박이 이어질 것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 대법원 판결이 국제중재 또는 국제재판 대상이 되는 자체만으로도 사법신뢰에 손상을 입지만, 만약 패소하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분단국 현실과 세계 4강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 국가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져 헌법상 안전보장을 훼손하고 사법 신뢰 추락으로 헌법상의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이 같은 판결문 내용을 언급하며 “민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하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라 걱정을 판결문에 설시하는 재판부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민변 등 시민단체 15곳은 이날 공동논평을 내고 이러한 판결의 저의를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이 사건 판결은 국가 이익을 앞세워 피해자들의 권리를 불능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재판부는 노골적으로 판결이 야기할 정치·사회적 효과 때문이라는 점을 고백했는데, 이는 사법부가 판단 근거로 삼을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의 판결 선고는 비본질적·비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했다며 “민사사건 본안 재판은 원고와 피고 간 권리의 존부를 판단하면 될 뿐, 판결 확정 이후의 사정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하면서 “현저한 사정 변경이 없다면 해당 전원합의체의 의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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