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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성추행 피해 사망 공군 여 부사관’ 엄정 수사 지시

성추행 신고 석달 만에 ‘회유 의혹’ 상사·준위 보직해임

작성일 : 2021-06-03 19:48 수정일 : 2021-06-03 19:53 작성자 : 신준호 (kmaa777@naver.com)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고(故) 이 모 중사의 영정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이 모 중사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 문 대통령, 수사 기관에 엄정한 조치 촉구


문 대통령은 이날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인 장 모 중사로부터 저녁 자리에 억지로 불려 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튿날 피해 사실을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했고, 자발적으로 부대 전속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족 측에 따르면 공군은 즉각적으로 피해자 보호 매뉴얼을 가동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일어났다. 이에 더해 같은 군인이던 이 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사는 지난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까지 마쳤으나 당일 저녁 ‘나의 몸이 더럽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메모를 휴대폰에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 공군, 국방부에 ‘단순 사망’으로 최초 보고

당시 사망한 이 중사를 처음 발견한 공군 군사경찰단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성추행 피해사실 없이 ‘단순사망’으로 최초 보고된 사실이 확인돼 공군은 졸속 수사와 부실 대응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건에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가해자 휴대전화 확보는 이 중사가 성추행을 신고했을 때가 아니라 숨진 이후에서야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사의 사망에 대한 보고 내용에는 사망자 발견 경위, 현장감식 결과, 부검·장례 관계 등 기본적인 개요만 포함돼 있었다. 성폭력 사건 등은 사망 시 관련 내용을 함께 보고해야 되지만 공군이 제출한 보고에는 사망자의 추행 피해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혐의 일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 중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 중사의 휴대전화는 사건이 공군 군검찰로 송치된 이후인 지난달 31일에야 이뤄졌다. 이 중사 사망 이후 9일 만이고, 피해 발생 석달 만이다.

또한 장 중사가 다른 부대로 파견 조처된 것은 성추행 2주일이 지난 3월 17일에서야 이루어졌다.

이 의원은 “공군은 최소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한 3월 5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처를 했어야 함에도 2주일 동안이나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가해자 등으로부터 2차 가해를 받게 된 것”이라고 공군의 대응을 힐난했다.

검찰단이 뒤늦게 확보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는 회유 정황을 입증할 만한 전화통화 녹음을 비롯해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군검찰, 역사상 최초로 수사심의위원회 구성

공군 차원의 초동수사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국방부 조사본부와 감사관실이 참여하는 사실상의 합동수사단을 꾸리는 한편, 최초로 수사심의위원회까지 구성됐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인사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10인 이내로 구성된다. 성폭력 범죄 수사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 파악과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할 성폭력·성범죄와 관련한 전문가들도 위원회에 포함된다.

또한 군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유족 측은 이날 2차 가해 및 추가 성추행 피해와 관련한 고소장도 제출하면서 관련자 신병확보를 비롯해 구속영장 청구, 압수수색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인 이 모 중사의 유족 측은 이날 오후 국방부 검찰단에 2차 가해 관련, 직속 상관 등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유족이 추가로 고소한 3명 가운데 2명은 최초 보고를 받은 20전투비행단 소속 레이더 정비반 상관인 노 모 상사와 노 모 준위(레이더반장)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혐의는 직무 유기 및 강요미수 혐의다.

추가로 고소된 나머지 한 명은 1년 전께 다른 회식 자리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파견 부사관으로 알려졌다.

김정환 변호사는 “은폐의 중심에 서 있는 부사관 중 한 명이 피해자를 직접 강제추행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 공군, 뒤늦게 관련자들 보직해임

공군은 성추행 신고를 받고 석달이 지나서야 조치에 나섰다.

이날 공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해당 간부 2명을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3일 오후 3시 30분부로 보직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 받고도 즉각적인 조치 대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 상사와 노 준위를 보직해임했다. 공군 군사경찰은 두 사람이 피해 사실을 인지한 이후 대대장에게 최초 보고하기까지 10시간 이상 시차가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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