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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의료진] 자존감 바닥…"나는 부속품·물건"

작성일 : 2021-01-25 09:23 작성자 : 우세윤

탈진해 무릎 꿇은 의료진

탈진해 무릎 꿇은 의료진

[전주시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영웅'이란 이유로 항상 피해를 받아야 하고 '전사'라는 이유로 총받이가 돼야 하나요?"(대구 한 사립대병원 간호사 A씨)

"무기력감과 우울감, 지치는 것, 끝이 보이지 않아요."(국립대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 B씨)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동안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심각한 정신건강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사태가 길어지며 무력감이 커지는 데다, 수검자나 환자의 폭언·협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아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의료진 319명 중 절반 가까운 158명(49.5%)이 자살 위험성을 보였다. 우울(41.2%)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28.2%) 등 증상을 겪었다는 응답도 많았고, 심리적 부담으로 높은 수준의 '정서적 소진'을 보인 이들도 30.1%에 달했다.

 

특히 의료진은 병원 밖에서 자신들에게 '영웅', '전사' 등 수식어가 붙고 '덕분에 챌린지'가 진행되는 등 찬사를 받은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의료진들을 떠받들고 우러러 보라는 것이 아니다. 비상시 우리를 위해 힘들게 일하는 의료진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시민건강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연구보고서 '보건의료노동자, K-방역을 말하다'에서 의료진은 자신을 "닥치면 그냥 일하는 사람", "부속품", "물건" 등으로 표현했다.

한 국립대병원 간호사는 "힘들게 일했는데 병원에서는 '너희들이 해야지 어쩌겠어'라는 식으로 간호사를 대하니까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수고에 대한 인정과 존중 없이 이렇게 막 굴리는 것은 그냥 착취"라고 말했다.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언어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도 많았다.

사립대병원에서 간호보조일을 하는 C씨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가면 환자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손가락질하면서 '여기 닦아라, 저기 닦아라' 말하곤 했다"며 "복도에 대변을 보고 도망간 분도 있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의료 대응 과정에서 겪은 정서적 고통과 상처를 관리할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의 국립대병원에서 근무한 한 간호사는 "우울감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간호협회에서 하는 전화상담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비전문가 같은 분이 전화를 받더라"라고 했다.

정부가 마련한 의료진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이 대부분 대면 방식으로 계획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 현재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의료진이나 응급구조대원, 자원봉사자 등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소진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께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심리 지원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 관계자는 "대면 방식 프로그램이 대부분인데 거리두기 단계 때문에 진행이 어렵다"며 "코로나 대응이 급하다 보니 참가를 신청했던 분들도 다 취소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의료노동자의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접근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25일 "일과 중 시간을 내기 어렵고 감염 위험으로 진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비대면 방식을 포함한 공공적 정신건강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지역 정신보건센터와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보건의료 종사자를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노동과 안전보건의 권리를 가진 노동자로 바라봐야 한다"며 "코로나19라는 위험 요인의 제거가 불가능한 만큼 노동자들이 최대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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