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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한 바지사장 ‘무죄’

법원, “실소유주에게 지시받는 피고용자에 불과”

작성일 : 2021-03-12 10:42 작성자 : 조현진 (kmaa777@naver.com)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연합뉴스)


임금체불로 법원에 넘겨진 대표이사가 바지사장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인 등기상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더라도 실질적 권한이 없으면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기업체 A사 임직원들의 퇴직금과 임금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대표 강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7년 7월 A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강 씨는 원래 A사의 실질적 사주인 엄 모 씨가 운영 중인 다른 회사에 재직 중이었다. 엄 씨의 지시를 받고 강씨는 A사의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근무하게 됐다.

직원 임금을 비롯한 A사의 운영자금 대부분은 엄 씨가 운영하는 다른 회사에서 조달됐다. 그러던 중 엄 씨가 2018년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자금 지원이 끊겨 A사에서는 피고용자의 임금체불이 시작했다.

이에 명목상 대표였던 강 씨는 퇴직 근로자 임금·퇴직금 등 1,600여만 원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해 두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않는 경우 그 대표이사는 사업 경영 담당자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 씨와 같은 명목상 대표이사, 속칭 ‘바지사장’은 실질적 사업주로 볼 수 없거 임금과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엄씨와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부장 당시 작성한 것과 대부분 동일하다.”라며 “사내 회의와 의사결정 역시 이후 대부분 강 씨가 아닌 엄 씨 주도로 이뤄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엄 씨는 구속된 이후에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주기적 면회를 통해 강 씨 등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라며 “강 씨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엄 씨로부터 고용된 피용자에 불과하다.”라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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