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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넣었다 폐차했어요" 가짜 경유에 봉변당한 차주들

작성일 : 2020-11-18 09:47 수정일 : 2020-11-18 09:49 작성자 : 최정인

 

지난달 26일 오후 5시 20분께 이마가 찢어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구급차 시동이 갑자기 꺼졌습니다.

다른 구급차를 불러 환자를 옮길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가짜 경유를 판매한 주유소에서 주유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최근 충남 논산과 공주 등 주유소 두 곳에서 경유를 주유한 뒤 자동차 고장이 발생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자동차 수리비 5천만원은 넘을 것 같다", "수리해도 원상복구 어렵다고 해서 폐차했다" 등 가짜 경유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쏟아졌죠.

이들은 탄소와 수소가 들어간 물질 2만ℓ를 경유 저장탱크에 넣어 가짜 경유를 만들었죠.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250명이 넘고, 10억여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가짜 경유는 엔진이나 배기가스후처리장치(DPF)만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운행 도중 시동이 꺼지는 등 탑승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는 가짜 경유는 우리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유에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 등 유사 석유를 판매하거나 품질 부적합 제품 등을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가 최근 5년간 2천770건에 달했습니다.

환경부가 인정한 친환경 클린주유소의 14%도 가짜 석유를 판매하다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죠.

가짜 경유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단속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휘발유는 제조를 해야 하지만 경유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등유나 솔벤트를 경유라고 팔면 되니까 단속이 더 어렵다"며 "이번 지방 사건은 폐식용유나 폐윤활유를 섞은 건데, 정말 악질인 가짜 경유가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죠.

이처럼 문제는 심각하지만,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길은 요원한 상황.

남윤국 든든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 가짜 석유를 제조, 판매한 자 등에 대해서는 행정적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자에 대한 별도의 구제책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도적으로 가짜 석유를 판매한 경우 고의 사고로 여겨져 보험사 보상도 제한될 수 있다"며 "피해자는 일반 민사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짜 석유 판매와 유통을 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제도 개선과 해결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죠.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가짜 경유 문제.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이덕환 명예교수는 "가짜 경유는 유류세를 내지 않는 탈세유인데, 단속을 해도 유류세가 워낙 비싸다 보니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유류세를 적당한 수준으로 줄여서 가짜 경유를 만드는 본질적인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동재 변호사는 "불법 행위를 했을 때 빨리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유조차에 위치정보시스템(GPS) 부착을 강제해 현재 유조차들이 불법으로 유사 석유를 정제하는 곳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과 주유소별로 재고량, 매입량, 판매량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매입한 석유량과 판매량을 비교해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https://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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